전쟁이 앗아간 사랑, 그럼에도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 — 『닥터 지바고<Dr.Zhivago> 』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
고등학교 시절, 제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긴 두 편의 작품이 있습니다.
하나는 러시아 혁명의 광풍 속에서 사랑을 지켜내려 애썼던 한 시인의 이야기 『닥터 지바고』,

또 하나는 미국 남북전쟁의 격변 속에서 생존과 사랑 사이를 오간 한 여인의 이야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 문화에서 출발했지만,
전쟁이라는 불가항력의 현실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사랑과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감정을 더욱 깊이 새겨준 건, 지금도 들으면 가슴이 아련해지는 두 영화의 테마 음악이었습니다.
『닥터 지바고』 줄거리 — 혁명 속에서 피어난 시와 사랑
영화는 1965년, 데이비드 린 감독의 연출로 제작되었으며, 원작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동명 소설입니다.

주인공 **유리 지바고(오마 샤리프 분)**는 의사이자 시인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후견인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의사로 성장하고 아름다운 토냐와 결혼합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과 1917년 러시아 혁명, 그리고 이어진 내전은 지바고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그 혼돈 속에서 지바고는 **라라(줄리 크리스티 분)**라는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 또한 전쟁과 사회 혼란에 의해 무참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연민과 사랑은 점차 깊어지지만,
지바고는 이미 가정을 가진 사람이고, 라라도 여러 인연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야기는 한 남자의 삶과 시, 사랑, 그리고 전쟁이 가져온 상실의 기록입니다.
지바고는 결국 라라와 함께하지 못한 채 홀로 남겨지고, 시대는 그들의 사랑마저 허락하지 않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줄거리 — 무너지는 남북전쟁 속에서 피어난 엇갈린 생존의 사랑

1939년 영화로 제작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거릿 미첼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빅터 플레밍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 분)**는 미국 남부 조지아의 대농장 ‘타라’의 딸입니다.

아름답고 자존심 강한 스칼렛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애슐리 윌크스가 사촌 멜라니와 결혼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습니다.

그러던 중 남북전쟁(1861~1865)이 발발하고, 모든 질서가 무너지며 그녀의 삶도 철저히 변하게 됩니다.

가족과 농장, 부와 신분이 모두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도 스칼렛은 비범한 생존력과 집념으로 위기를 헤쳐 나갑니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분)**라는 냉소적이지만 강인한 남자가 존재합니다.

스칼렛은 그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을 알아가지만, 끝까지 과거에 집착하는 스칼렛의 미성숙함은
결국 서로를 상처입히며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갔지만, 스칼렛은 마지막까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며 다시 일어설 것을 다짐합니다.
음악이 기억하는 사랑 — 라라의 테마 & 타라의 테마
🎻『닥터 지바고』 – 라라의 테마(Lara’s Theme)
작곡가 **모리스 자르(Maurice Jarre)**가 만든 이 음악은 영화 전체의 정서를 지배합니다.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화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과 이별의 그늘을 섬세하게 전달합니다.
라라가 말썰매를 타고 멀어지는 장면,
지바고는 말을 잃고 그저 눈보라 속에서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천천히, ‘라라의 테마’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마치 시대의 슬픔을 조용히 껴안듯, 음악은 그들 사랑의 마지막을 고요히 노래합니다.
이 음악은 단지 한 연인의 테마가 아니라, 러시아라는 나라 자체가 가진 비극과 아름다움의 교차점이기도 합니다.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타라의 테마(Tara’s Theme)
작곡가 **맥스 스타이너(Max Steiner)**가 만든 이 곡은 영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흐르며,
스칼렛의 고향 ‘타라 농장’을 상징하는 선율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칼렛의 생존 의지와 되찾고자 하는 사랑과 삶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스칼렛이 황폐해진 타라 농장 앞에서 하늘을 향해 외칠 때,
배경으로 흐르는 타라의 테마는 슬픔과 희망, 그리고 강인한 의지가 하나가 되어 울려 퍼집니다.
이 곡은 단순히 로맨스 영화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역사와 인간 정신에 대한 교향곡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엇갈린 사랑, 꺾이지 않는 생존
두 작품 모두에서 사랑은 순탄하지도, 보상받지도 않습니다.
- 지바고와 라라는 시대에 짓눌려 서로를 떠나야 했고,
- 스칼렛과 레트는 마음을 알기 전에 서로에게 지쳐 떠나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기억하며 살아가려 했습니다.
🎞️ 기억 속 장면들
🔹 『닥터 지바고』 – 얼어붙은 별장의 창문 가득 피어나는 성에, 그리고 그 안에서 시작되는 시와 사랑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불타는 애틀랜타를 배경으로 마차를 몰고 탈출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스칼렛의 결의에 찬 외침

🔹 두 영화 모두, 역사의 한복판에서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지,
그러나 그 안에서도 사랑과 존엄을 지키려 했던 고귀한 인간의 투쟁을 보여줍니다.

전쟁도 빼앗지 못한 사랑의 흔적
『닥터 지바고』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고등학생이었던 저에게 사랑이란 무엇인지, 인생이란 얼마나 유한한지,
그리고 시대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알려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잊지 못하게 해준 건, 바로 그 테마음악들이었습니다.
🎶 라라의 테마는 아직도 겨울만 되면 귓가에 맴돌고,
🎶 타라의 테마는 인생이 힘겨울 때마다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다짐처럼 들립니다.
🎀 전쟁은 모든 것을 빼앗아가지만, 사랑은 음악처럼 남아 영혼을 위로합니다.
오늘도 그 음악들을 들으며, 그 시대의 사랑과 상처를 조용히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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